
애기애타 독서클럽 독서토론 후기: 도산 안창호의 말씀 (下)
이번 도서의 선정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역사학자의 해석과 평가를 최대한 배제하고, 도산 안창호 선생의 연설문과 재판 조서라는 1차 사료에 가까운 기록을 중심으로 구성된 책이었기 때문입니다. 해석보다 사실에 가까이 다가가고자 한 시도는 분명 의미 있었고, 독서토론의 출발점으로도 적절했습니다.
그러나 사실을 다룬 책이 지니는 한계 또한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연설문은 녹취록이 아닌 구전을 바탕으로 정리된 것이고, 재판 조서는 도산의 한국어 발언이 통역을 거쳐 기록된 문서입니다. 더구나 재판 조서라는 성격상, 답변은 재판부나 검사의 문제의식에 맞춰 재단되기 쉽고, 그 과정에서 도산의 설명은 앞뒤 맥락이 잘린 채 단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결과, 그의 사상과 문제의식이 오해될 여지도 적지 않아 보였습니다.
영화 광해가 왕이 자리를 비운 며칠간의 승정원일기를 상상력으로 메우며 역사적 맥락을 복원했듯, 이번 독서토론에서는 생략된 도산의 말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이해해보는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GPT의 도움을 받아, 기록과 기록 사이에 비어 있는 사유의 흐름을 셰익스피어식 연극 대사라는 형식으로 재구성해 보았고, 그 결과물이 아래의 장면입니다. 이는 사실의 왜곡이 아니라, 사실을 이해하기 위한 해석의 장치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무대는 어둡고, 중앙에 재판정이 놓여 있습니다. 한 줄기 빛이 피고석을 비춥니다.
일본검사:
피고 안창호, 그대는 조선의 독립을 말하며 백성을 선동한 자. 제국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황국의 안녕을 위협한 죄를 어찌 부인하겠는가.
안창호:
검사여, 나는 선동한 적이 없소. 다만 사람에게 사람다움을 묻고, 민족에게 스스로를 일으킬 힘이 있음을 말했을 뿐이오.
일본검사:
그대의 말은 칼보다 날카로워 수많은 마음을 흔들었소. 교육이라 부르고 수양이라 말하지만, 그 끝은 반역 아닌가.
안창호:
수양은 칼을 들기 위한 준비가 아니오. 무너진 사람을 바로 세우는 일이며, 흩어진 마음을 하나의 책임으로 묶는 일이지. 나라가 서려면 먼저 사람이 서야 하오.
일본검사:
허울 좋은 말이오. 제국은 힘으로 세워지고, 질서는 복종으로 유지된다. 그대의 이상은 공허한 꿈일 뿐.
안창호:
힘으로 세운 나라는 두려움 위에 서고, 두려움은 언젠가 스스로 무너지오. 나는 복종을 가르치지 않았소. 스스로를 부끄러워할 줄 아는 인간을 말했을 뿐이오.
일본검사:
그렇다면 묻겠소. 조선이 독립한다 한들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가난과 무지는 여전할 터.
안창호:
그래서 나는 독립보다 먼저 사람을 말했소. 독립은 선언으로 오지 않소. 성실한 하루, 서로를 속이지 않는 삶,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태도 속에서 자라나지.
일본검사:
피고는 끝내 죄를 인정하지 않는군.
안창호:
내가 인정할 죄는 하나뿐이오. 아직 충분히 많은 사람을 깨우지 못했다는 죄. 그러나 그것은 형벌로 끝나지 않을 것이오.
일본검사:
그대는 감옥에 갇힐 것이다. 말은 여기서 끝이오.
안창호:
몸은 갇힐 수 있으나, 뜻은 가둘 수 없소. 오늘 이 법정이 나를 심판한다 생각하겠지만, 내일은 역사가 우리 모두를 부를 것이오. 그때 당신은 어떤 얼굴로 이 자리에 서겠소.
침묵이 흐르고, 일본검사는 말을 잃습니다. 조명은 안창호에게만 남습니다.
안창호:
나는 승리를 보지 못할 것이오. 그러나 다음 세대가 서로를 믿고, 스스로를 다스릴 줄 아는 나라에서 숨 쉬게 된다면, 그로써 충분하오.
조명이 서서히 꺼지고, 무대 위에는 빈 피고석과 울리지 않은 종소리만 남습니다.
이 장면을 통해 느낀 것은 분명합니다. 도산에게 독립은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인간의 태도였고, 국가는 제도 이전에 사람의 품격으로 세워지는 것이었습니다. 기록은 단절되어 있었지만, 사유의 흐름은 지금도 충분히 이어질 수 있으며, 독서는 그 흐름을 다시 잇는 작업이라는 사실을 이번 토론을 통해 다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도산신문 - 도산애기애타총원우회 독서클럽 박항준 |












































